쓰다보니 글이 길어져 나눠쓰게 됐다;
세상일이 생각대로 흘러가는것은 아니었다. 학원을 졸업한 후가 문제였다. 당당하게
모바일 회사의 내민 손을 뿌리치고 졸업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완성하긴 했지만 당장에
나는 어떤 회사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자존심인지 그 사이 'KRG소프트'의 손도 뿌리쳤다. 나더러
3D를 하라고 하길래 (..) '소프트 맥스'에 넣은 이력서는 탈락했고 '손노리'에는 이력
서를 넣기가 싫었다.
워낙 고등학생때부터 많이 다니던 회사였기에 오히려 더 껄끄러웠던것같다. 약 2달간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 지하실 방에 불도 켜지 않고 괜한 자괴감에 빠져 심한 우울
증을 앓던 시기에 날 구제해주겠다고 놀러오라던 아는 형의 전화를 받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학원 시절 같은 그래픽반이었던 누나의 전화를 받게 됐다.
나보다 먼저 손노리에 입사해서 내 얘길 했던 것인지 이력서를 한번 넣어보라는 얘길
했다.
당시엔 모든 자신감을 다 잃고 있던때라. 그때까지 부렸던 고집이 꺽이고 손노리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후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메일을 받고 손노리로 향했다.
고등학생 시절, 주말마다 상주해 있던 회사였는데 그렇게 긴장되었던건 처음이었다.
첫번째 모바일 회사 면접때도. 두번째 KRG 소프트 면접때도 떨지 않았었는데 그 익숙
한 회사에서 말한마디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서는 그야말로 완전
히 망친 면접이었다. 오죽했으면 면접 도중에 물 한잔 마시고 말씀하세요 라는 얘기
까지 들을 정도였으니..ㅎㅎ
집으로 돌아와서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2차 면접이 잡혔다. 기쁘긴 했지만 낙하산스
러운 상황이 걱정도 됐었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최악의 면접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2차 면접을 보게 됐고. 손노리에 정식으로 입사를 하게 됐다.
20대에 가장 기뻤던 상황을 뽑자면 바로 이때다. 비록 당장에 집안의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고 적은 연봉의 신입사원이었지만 정식으로 한 회사의 구성원이 되었고
앞으로의 미래가 생겼다는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회사 생활은 순탄했다. '트릭스터'라는 프로젝트의 픽셀 팀원이 되어 좋은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며 생활했다. 그와중에 학원시절 만들었던 졸업프로젝트는 한게임 게임공모전
금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 해 회사가 분사되는 일이 있었지만 트릭스터팀은 '엔트리브 소프트'에 속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집안상황이 조금씩 안정되고 4년을 살았던 지하실 단칸방에서 나와
몇번의 이사 끝에 지금 사는 이 집에 오기까지의 그 많았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회사에 입사하고 성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어른이 되기 싫어요'라고 했던 때가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어느덧 나이 서른이 코 앞이다. 이제 30대가 시작되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20살때는 벼랑끝에서 충동적으로 내 미래를 결정했지만 30대가 되는 지금은 어느정도
준비된 마음으로 일을 진행할것이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 화도 많이 냈던 10여년간의 이야기. 이렇게 마무리 지을까한다.